익숙한 하루도, 글로 남기면 특별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스쳐 지나간 감정, 평범한 풍경, 작은 대화 하나까지 글로 기록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오늘의 흔한 장면들이 내일의 특별한 기억이 된

감정이야기

육체보다 더 깊은 상처, 엄마의 우울증이 걱정이다

YUNCHAE 2025. 6. 5. 22:33
반응형

한달전 엄마가 뇌내출혈로 병원에 실려가셨다가 퇴원 하신 후,  마음까지 아픈 것 같아 고민이다.

엄마가 뇌내출혈로 쓰러진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엄마의 토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깜작놀라 새벽에 자다 말고 화장실로 달려나갔다.  엄마가 힘겹게 화장실에서 구토를 너무 심하게 하고 계셨다, 내가 그나마 깊게 잠들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엄마에게 현재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119에 전화할까" 라고 물어보니, 평소 같으면 괜찮다. 참아볼께 하셨던 엄마가 "응 불러줘, 뭔가 이상해" 라고 하셔서 바로 119에 전화했다. 다행히 119에서 10분만에 와주셨다.

바로 응급실로 가셨는데,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엄마의 구토는 멈추지 않으셨다. 몸을 움직이면 계속 구토증상이 나오면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하셨다.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MRI, CT 등 다양한 검사를 했다. 검사를 하면서 2~3시간을 대기하다가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엄마가 다른 뇌출혈 환자처럼 쓰러지셔서 의식이 없는건 아니지만, 뇌에 피가 많이 고여있는 상태라 위급한 상황이란다. 일단 중환자실에서 3~4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일반 병실에서 한 달 정도 지켜봐야겠다고 말씀 하셨었다. 

다행히 엄마가 일반적인 뇌출혈 환자처럼 의식이 없거나 말을 못하거나 그런건 아니라서 구토증상만 가라앉히고 나서 바로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셨다.

원래는 일반 병동에서 한달 정도 지켜보자고 하셨는데 위에도 말했지만, 뇌에 피는 많이 고여있지만, 다른 뇌출혈 환자와 다르게 평소처럼 몸도 움직이고, 말도 하고, 인지 능력이 있으셔서 우려와는 다르게 1주일만에 퇴원을 하셨다.

병원비는 총 120만원 정도 나왔다. 원래는 총 비용이 680만원 비용이 었는데, 120만원 외에 나머지는 건보료에서 빠져나갔다. (비싼 건보료 낸 보람이 여기서 나옴).  그리고 정말 다행인건 엄마가 실비가 있으셨다. 실비가 있으셔서 중환자실 병원 30만원 실비에 포함되어 있어서 중환자실 병실로 10만원이 지원됐다. 그래서 우리가 실제적으로 낸 병원비는 "0원"에 가까웠다. 

그렇게 퇴원을 하고 퇴원 후 병원에 약 타러 가기 전  엄마가 기력이 너무 없으셔서 2주일 동안 집에서 쉬시는 동안 한의원을 다니셨다.  엄마의 현재 상황과 먹고 있는 약을 한의원에 보여드리고 이제 거기에 맞는 치료가 들어갔다. 침을 맞고, 녹용이 들어간 체력 보강용 한약을 지어 드셨다.

그러고 나서 병원에 가야할 날짜가 되어 다시 병원에 가서 CT 찍고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머리에 고여있던 피가 90% 이상 다 빠져 나갔다고 한다. ㅋㅋㅋ ...의사 선생님이 결과지를 보시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셨는데, 한의원을 다녀왔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ㅋㅋㅋ ;;; 그렇게 이제 3개월치 약을 지어주셨고, 한의원에서의 치료도 1주일에 2번씩 가서 받고 계신다.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가 엄마가 요즘 말수가 많이 줄었다. 표정도 어둡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계실 때가 많다. 다행히 전에 일을 다니신게 있으셔서 직장은 다니신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나 정신건강의학과에 한번 가보고 싶어. 우울한 기분이 계속돼서 힘들어.” 그 말이 내 마음을 크게 울렸다. 엄마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평소에 엄마의 기분이 기복이 심한 편이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병원에 가봐야 겠다는 말을 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외동이다. 형제도 없고, 함께 의논할 사람도 없다. 엄마가 뇌내출혈로 병원에 다녀온 이후, 아빠도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아빠는 파킨슨 지병이 있는데 엄마가 주로 돌봐주셨다. 그런데 엄마가 아프시면서 결국 아빠도 요양원에 가시게 됐다. 가족 셋이 흩어져 지내는 셈이다.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벅차다.

엄마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고 싶다는 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정신과’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아직은 낯설다. 하지만 병은 몸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 마음에도 생긴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뇌출혈이라는 큰 병을 겪은 엄마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처를 입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다. 특히 가족 간병, 노년기, 외로움, 그리고 큰 신체적 질병 이후에 우울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한다. 나는 그걸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엄마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다.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은 어디를 가야 좋을까. 상담 위주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좋을까, 아니면 약물치료 중심의 병원이 나을까. 엄마가 병원에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려면,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엄마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것보다 “나도 옆에 있다”는 말을 더 자주 해줘야 할 것 같다. 강한 척하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다고, 엄마 마음이 아픈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정보도 찾아보고 있다. ‘뇌출혈 회복기 우울증’, ‘노년기 정신건강’, ‘정신건강의학과 추천’, 이런 검색어를 매일 입력해본다. 엄마에게 좋은 병원이 어딘지, 상담을 잘 들어주는 의사는 누구인지, 이런 사소하지만 절박한 정보를 모으는 중이다.

혼자라는 게 이렇게 외롭고 두려운 일이구나 싶다. 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려 한다. 엄마를 위해서, 아빠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다. 지금은 혼자여도, 마음까지 혼자인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엄마에게 맞는 정신건강의학 병원을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ㅠㅠ

 

@YUNCHAE

반응형